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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꽃보다 남자2-리턴즈」가 시작됐다!

by 지원

일본드라마 <꽃보다 남자2-리턴즈>(이하 꽃남2)가 시작되었다. 1기 방영 종료 직후부터 끊임없이 나돌던 꽃남2에 대한 소문은 올해 여름 공식화되었고(매체등을 통해 미리 보도가 되기도 했지만, 주연배우 중 한명인 마츠모토 쥰은 아라시의 여름콘서트에서 39회 중 한회도 빠지지 않고 ‘도묘지 컴백’을 팬들에게 외쳐댔다.), 뉴욕 로케와 특별 게스트 에피소드가 포함된 두시간짜리 1회로 꽃남2는 돌아왔다. 기무라 타쿠야의 화제작 [화려한 일족]을 앞서지는 못 하지만, 체감 시청률은 이제까지 한국에서 화제가 된 그 어떤 일본 드라마 못지않다. 일본드라마를 즐겨보는 커뮤니티뿐 아니라 일반 포털사이트들에서 교실, 버스, 지하철들의 수다들 틈에서 꽃남2는 단연 화제이다.


알고 속는 이 느낌 {꽃보다 남자 블로그에서 인용}

꽃보다 남자 일본판 드라마 1기(이하 꽃남1)의 놀라움은 ‘다 아는데도 재미있다’였다.

서로 상극인 남녀가 만나서 투닥거리다 정들어 좋아하게 된다는 ‘식상한’ 기둥 줄거리에, 11년간 연재되면서 적어도 90년대에 동아시아에서 여중고생이었던(일부 남학생들) 사람들에게는 알려질대로 다 알려진 에피소드들, 그나마 신선했던 주인공 캐릭터 - 계급적으로 미천할 뿐 아니라, 예쁘지도 않고 청순하지도 않고 궁상과 근성이 몸에 밴 여자 주인공에, 계급적으로만 왕자님일 뿐 무식하고 성격 나쁜 남자 주인공(게다가 곱슬머리) - 마저 고전이 된 지금, 드라마판에 궁금할 게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원작만화와 드라마 인물들의 이른바 ‘싱크로율’이다. 다 아는 뻔한 이야기지만 드라마판을 기대하는 것은 원작 사이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될까, 혹은 얼마나 빗나갈까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 때문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한일 소녀들 사이에서 연초 유행했던 놀이가 있었는데, 드라마판 <꽃보다 남자> 가상 캐스팅 목록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본 드라마판이 제작된 이후로 일본판 가상 캐스팅 놀이는 종료 되었지만 한국판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런데 처음 일본판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원작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납득 가능했던 건 츠카사의 마츠모토 쥰 정도였을까? 사실, 쥰도 전용 조명기사와 전용 키높이 카메라 촬영을 동원했던(거짓말입니다. 그만큼 고쿠센의 촬영팀과 조명팀을 사랑해요--;;) 고쿠센의 사와다 때문에 한국 팬들 사이에서 츠카사 역할로 꼽혔던 것이지, 남자다운 이목구비에 건장한 신체, 지독한 곱슬머리에다 거칠고 무식한 츠카사에 그렇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원작에서처럼) 모두 180cm의 미남자들로 뽑아줬다”고 원작자에게 칭찬받았던 대만 캐스팅이었던 지라, 일본판 캐스팅이 발표되자 일부 중국어권 매체들에서 츠카사 마츠모토 쥰의 키를 비아냥 거리는 기사가 뜨기도 했다. 오구리 슌도 젊은 미남 배우들 중 한명이라고 우길 수는 있겠지만, 하늘하늘 나풀나풀 고전적 순정만화 꽃미남 캐릭터의 절정 루이가 되기에는 미모를 떠나 그간 오구리의 이미지만으로도 한참 멀었다. 마츠다 쇼타와 아베 츠토무는 인지도는 '일드' 꽤 봤다는 사람들에게도 ‘누구세요?’ 수준이었던 데다가, 대만판 F4들이 너무 우락부락해서 문제라면 이 사람들은 너무 왜소해서 문제였던 것이다.(마츠모토 쥰은 키가 작은데도 가끔 큰 것처럼 속일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쇼타는 키가 큰데도 반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방송이 시작되기 전, 시작되고도 한참은 꽃보다 남자 관련 게시물들에는 F4어디있냐, 꽃미남을 데려와라... 이런 조롱성 리플들이 가득했다.

꽃남1의 1,2화는 ‘알면서도 속아주고 싶은’ 깜찍한 사랑싸움이 아니라 지나치게 사실적이면서 살벌한 이지메와 도대체 좋게 봐줄 수 없는 F4의 행동들, 디테일한 럭셔리 학교생활들이 전시하는 바람에 가볍게 보기에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하지만 이 부분만 지나면 아무 저항감 없이 드라마 내의 세계에 집중하게 된다. 3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바보 츠카사와 근성 잡초 츠쿠시의 좌충우돌 로맨스와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은 드라마와 현실을 연계 시키는 고리를 차단한다. 일본 총리까지 좌지우지 하는 재벌에게 찍히면 하루아침에 회사와 사택에서 쫓겨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재벌 친구들이 도와주거나 황당무계한 미션을 클리어하면 곧 복귀될 수 있다. 만화의 초반 연재 분량만을 드라마화한 꽃남 1기는 딱 여기까지였다. 만화는 90년대의 ‘서민’ 소녀들의 상황에 정확하게 기반해 있었다. 뭔가 하고 싶다거나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 보다는 그저 매일매일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보내다가 순조롭게 졸업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생활수준은 서민이지만 TV와 잡지등을 통해 부자 셀레브리티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 단순히 ‘돈이 많고 화려하다’가 아니라 ‘어떤 브랜드를 주로 애용하고, 식당은 어디를 다니고 갖고 있는 차종은 무엇인지’라는 식이다. 이지메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튀고 싶지도 않고 현실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현실을 바꿀 꿈을 꾸지도 않는다. 대신 현실에서 도피할 꿈을 키운다. 당연하지만 원작 <꽃보다 남자> 소녀들의 이러한 처지를 진지하게 다룰 생각은 전혀 없다. 소녀들이 현실의 자신을 ‘in'할 여지를 만들어 두고 바로 현실에서 도피해 버린다. 드라마도 정확히 이 패턴을 따랐고, 따라서 시청자들은 1,2화만 넘어가면 안심하고 등장인물들의 ’싱크로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처음 예상과 달리 일본 드라마판의 F4와 츠쿠시의 싱크로율은 상당했고, 에비스 플레이스 가든에서 츠쿠시를 기다리던 츠카사나 ’TOJ'에 출전한 츠쿠시가 어떻게 되는지를 기억해내며, 즐거워했다. 리얼한 설정으로 출발하여 어느 순간 리얼을 확,넘어버린 다는 것에 원작의 호소력이 있었다면, 드라마판은 원작의 그러한 점을 계승하면서 원작만화의 느낌이 얼마나 살아있는지를 따져대며 뻔한 얘기를 다 알면서도 즐기게 하는 재미를 덧붙였다.

이랬던 츠카사가...

일하고

또 일하고

고뇌하다 악몽꾸고



철부지가 아닌 츠카사가 매력이 있을까? {꽃보다 남자 블로그에서 인용}

원작과 꽃남1이  다른 것이 있다면 11년전보다 교육의 기회로 인한 계급 이동의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 현재의 상황에서, 츠쿠시의 에토쿠 진학은 만화에서처럼 출세를 바라는 부모의 욕심이라서기 보다 츠쿠시가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었고 늘 생활고에 시달려야 하는 서민 가족이 츠쿠시가 학교를 그만두지 않도록 ’절약을 생활화한다‘는 것이다. 만화에서 얼음장 같이 차갑고 각진 외모를 가졌던 츠카사의 엄마, 도묘지가의 총수는 성격이야 비슷하게 묘사되었지만, 전체적인 외모의 느낌이 너무 차이가 났다. 드라마의 츠카사 엄마는 얼음마왕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둥글둥글하고 키가 작았다. 만화에서처럼 뻔뻔하기보다는 항상 ’미안하다‘를 외쳐대는 츠쿠시의 가족은 현재의 소녀들이 드라마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을 더욱 강화했지만, 뒤뚱대면서 걷는 츠카사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다들 어리둥절해 했다. 2기에 이르러 더욱더 팍팍해진 츠쿠시의 가족의 생활은 원작에서의 설정과 같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얼음마왕은 커녕 점점 더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츠카사의 어머니를 보는 마음은 편치않다. 거래처 사람 앞에서는 비위맞추면서 웃고, 뒤돌아서 분한 마음에 휘청거리는 글로벌 기업 총수의 내면을 보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러한 묘사가 올바르든 그렇지 않든, 무척 불편한 일이다. 게다가 고뇌하는 츠카사를 보는 일은 얼마나 낯선지... 바보 다혈질 츠카사와 고뇌하는 츠카사의 극단을 오가는 마츠모토 쥰의 표정연기가 안정적이고 설득력있기에 그냥 넘어가곤 하지만, 이것 역시 꽤 불편한 일이다. 더구나 그 츠카사의 트라우마로 설정된 장면들을 보면(아직 전모가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보자면 꽃남2는 ’복수는 나의 것‘이나 ’지구를 지켜라‘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시게루와의 약혼이나 유키와 소지로, 사라의 로맨스, 아키라의 가족들등 중요한 인물들이나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미 드라마판 2기는 원작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버렸다. 주요 갈등은 고뇌하는 츠카사이다. 츠쿠시와 ’무언가‘ 사이에서. 이 츠카사는 만화의 연재 막바지에서 소지로와사라를 다시 만나게 해준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유키 앞에서 ’나는 고민 같은 거 안 해봐서 몰라‘라고 말하던 츠카사와는 다른 사람이다. 게다가 츠카사의 고뇌의 중요한 부분은 책임감에 대한 것이다. 그것도 전세계의 도묘지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계에 대한 책임감. 만화에서 연재 막판에 억지로 짜낸 에피소드들을 제외한다면 츠카사가 츠쿠시를 무조건 좋아한다는 것 빼고 어디가 듬직한가? 그래봤자 거기서 발견한 츠카사의 책임감은 츠쿠시에 대한 것 뿐이다. 만화에서도 츠카사에게 상해를 입힌 사람이 도묘지 기업에서 해고당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설정에 불과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츠쿠시와의 로맨스를 방해하기 위한 설정이라기에는 츠카사에게 너무나 압도적인 트라우마로 설정되어 있다.

만화에서 11년간의 연재를 끝내는 방식이 조금 특이했던 것은 사실이다. 보통의 로맨틱 코메디의 공식을 따르자면 츠카사와 츠쿠시가 툭탁거리던 와중에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그건 이미 연재 시작하고 1,2년 안에 다 했던 것이었다. 만나서 원수가 되었다가, 정들고 좋아한다고 말 못 하다가 각각 상대방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위기에 빠졌을 때 구해주고,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깨닫는다,까지가 원래 계획되었던 연재분이었을 텐데 그걸 엿가락처럼 11년간 늘리고 늘리다 보니 츠카사와 츠쿠시의 로맨스는 계속 순환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드라마판 2기에 츠카사의 약혼녀 시게루가 등장하지만, 이미 TOJ때도 한번 츠카사의 정혼녀가 등장했었고, 츠카사와 츠쿠시가 잘되려고 하면 츠카사의 어머니에게 들키거나 츠쿠시네 집에 위험이 닥친다. 츠카사가 맘 먹고 츠쿠시에게 잘 해주려고 하면 츠쿠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츠쿠시가 마음 먹었을 때는 그 반대이다. 그리고 츠카사에게 원한을 가진 인물이 츠쿠시를 위험에 빠뜨리고 츠카사를 비롯 F4가 도와주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츠카사와 츠쿠시는 다시 위의 과정을 무한반복한다. 따라서 단지 둘이 앞으로 사이좋게 지냈다,로 끝내기에는 뜨뜻 미진한 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만화연재의 마지막은 조금 이상했다. 기억 상실증에서도 돌아오고 츠카사의 어머니도 교제를 허락한 마당에 츠카사는 스스로 선택해서 뉴욕으로 4년간 떠난다. 츠쿠시 역시 뉴욕에 같이 가자, 결혼하자,는 츠카사의 제안을 받았지만 그냥 도쿄에서 살기로 한다. 11년간 기나긴 연재를 끝냈지만 서민가정 츠쿠시네는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츠쿠시는 아직도 고등학생이며 게다가 옆에 남자친구도 없다. 아르바이트도 여전히 하고 있다. 재벌 후계자들을 친구로 둬 신나게 놀아보고 (자의는 아니더라도) 별별 것을 먹고 입고 별별 구경을 다해봤더라도 살벌한 에토쿠의 서민학생 츠쿠시의 처지는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연재가 완전히 완결 되기 전에 <꽃보다 남자>의 이 모든 이야기가 츠쿠시의 꿈이었다,로 끝난다는 소문은 완전히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해고된 후 어촌 양식장으로 간 츠쿠시 부모님. 코믹하게 처리되었던 원작에 비해 훨씬 더 현실적 느낌이.


90년대 현실의 ‘츠쿠시’들에서 출발했던 <꽃보다 남자>는 도피적 판타지들을 거쳐 다시 애매한 현실로 돌아왔다. 꽃남2는 로맨스의 순환구조를 한번 더 반복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나름의 현실 감각의 개입이었는지 난데없이 내키지는 않지만 전체 그룹을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하고, 그 때문에 고용인들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 했다고 괴로워하는 스무살짜리 재벌후계자의 고뇌를 등장시켰다. 무지막지한 부자이고 어머니가 엄격하다라는 것을 제외하고 부자에 대한 속 사정들에 나몰라라했던 설정이 소녀들의 판타지를 대변한다면, 재벌 후계자가 고용인들의 생계책임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며 연애도 못한다는 비현실은 도대체 누구의 판타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