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태양>은 남들이 보기에는 인생에 도움도 안 될 뿐더러 위험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어그래시브 인라인 스케이팅에 푹
빠진 ‘소년’들과, 이들과 함께 하며 이들을 바라보는 ‘소녀’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일차적인 즐거움은 감히 인라인으로
활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도시 공간의 틈새를 가로지르는 그들의 움직임이 가져다주는 해방감에서 온다. 그들의
움직임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위험을 예측하고 그것에 대비하고자 하는 안전이라는 기준을 항상 뛰어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안전이라는 기준을 만드는 어른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물론 시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공원에서의 스케이팅을 가로막는 경찰과
아이들의 충돌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은 더 상상할 수 없는 곳으로 계속 내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풍태양>은
청춘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이 대립자나 하다못해 조력자로 등장하지 않는 이례적인 영화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탈주로 끝나지 않는다. 아무런 목적도 없어 보이는 그들의 즐거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기술을 성공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짜릿한 몸의 쾌감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를 통해서
가능한 것인데, 이 영화는 실패의 과정과 그로 인한 상처를,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의 한 부분으로 그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장면은 주인공 소요(천정명 분)가 마침내
기술을 성공시키는 장면이 아니다.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를 외치고, 그 시도 자체가 고통이나 쪽팔림이 아닌 즐거움
속에서 반복되는 바로 그 때이다.
그러나 그들이 잃고 싶지 않은 즐거움의 가치를 스스로 묻기 시작할 때 이 영화의 태풍은
시작된다. 즐거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대회에서 일등을 하든 동네 꼬마애들 가르쳐서 돈을 벌든, 활주의 즐거움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로 환원시켜 정당화하려는 갑바(이천희 분)와 그러길 거부하고 즐거움을 개인의 욕구로 남겨두려는
모기(김강우 분)라는 대립되는 캐릭터로 양분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둘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둘을
애써 화해시키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곧 취직이나 결혼 등을 통해 사회적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노동력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 이전의 시기는 더 높은 잉여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만 준비하는 시기로 여겨진다. 그러한 현실에서
가치로 환산될 수 없는 자발적인 몸의 즐거움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것이 갑바의 딜레마다. 그렇다고 즐거움을 가치로
환산하기를 거부한다면 그들이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존립기반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모기의 딜레마다. 영화는 이러한
고민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두 가지 캐릭터가 추구하는 방식을 충분히 보여주려 애쓴다. 주인공 소요는 그 둘을 ‘소요’하면서
고민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세계 대회에 출전한 소요는 언뜻 갑바의 길을 따른 듯하지만 나레이션을 통해 모기의 자리를 마련하면서,
여전히 그 고민을 끝마치지 않은 채 남겨둔다. 물음표는 남아있지만 그 둘의 한계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주인공 소요는 이제
그들과 다른 길을 활주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은 한주라는 존재이다. 한주는 소년들과 어울리지만
온전한 멤버는 아니며, 대신 카메라로 스케이팅을 기록하고 선수들에 대한 코멘트를 덧붙이는 소녀이다. 이러한 설정은 그녀의 시선으로
포착된 소년들의 커뮤니티와 세계 사이의 불화, 소년들의 성장과 좌절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주는 뚜렷한 역할이나 일관된 캐릭터도 갖지 못 한 채 소년들의 커뮤니티 안을 부유하다 사라진다. 감독의 전작 <고양이를
부탁해>를 생각한다면 더욱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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